11장. 카르보닐 알파치환과 축합반응

        카르보닐 화합물에 대한 4가지 반응은 친핵성 첨가, 친핵성 치환, 알파치환, 카르보닐 축합반응이다. 앞에 두가지는 9장과 10장에서 살펴보았다.

        카르보닐 알파치환이란 카르보닐기의 옆에 위치한 탄소의 수소가 다른 원자단으로 치환되는 반응이다. 카르보닐 축합반응은 한 카르보닐 화합물의 알파 탄소가 다른 카르보닐 화합물의 카르보닐 탄소와 결합하는 반응이다.

 

1. 케토-엔올 토토머화

        이성질화의 일종으로 케토와 엔올 형태의 상호전환을 토토머화라고 부른다. 알파탄소에 수소원자를 가진 카르보닐 화합물은 대응하는 엔올 (ene + ol, 불포화 알콜) 이성질체로 빠르게 상호전환된다.

        카르보닐 화합물은 거의 케토형으로 존재한다. 즉, 케토형이 안정한 형태이다. 엔올형은 극히 일부분 존재하지만 카르보닐 화합물의 화학에서 매우 중요한 중간체이다. 그렇지만 케토-엔올 토토머화는 산이나 염기로 촉매될 수 있다. 산 촉매의 경우는 카르보닐 산소에 양성자가 첨가되어 양이온 중간체가 생기면서 알파탄소에서 양성자를 잃어 엔올을 형성한다. 염기 촉매에서는 알파 수소를 받아 엔올산 형성을 촉진한다. 카르보닐 화합물의 알파 탄소에 있는 수소는 약한 산성이 되므로 (엔올산 음이온-enolate anion-을 형성하면서 공명안정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 염기 촉매에 의해 엔올이 형성된다. 생성된 공명안정화된 음이온에 다시 양성자가 첨가될 때 양성자 첨가가 엔올산 이온의 알파탄소에 일어나면 케토 토토머가 재생되고, 산소원자에 일어나면 엔올 토토머가 생긴다.

 

2. 엔올의 반응성: 알파치환반응의 기작

        엔올 이중결합에는 전자가 풍부하므로 친핵체로 작용하여 친전자체와 반응한다 (알켄의 경우를 상기하라). 엔올은 산소원자의 고립 전자쌍이 전자주개 효과를 발휘하므로 알켄보다 반응성이 크다.

        엔올은 친전자체와 반응하면 공명구조로 안정화된 카르보양이온 중간체를 형성하고 양성자가 이탈되어 C=O 결합이 재생된다. 결과적으로 알파치환이 일어난 것이다.

        전형적인 알파치환반응으로, 케톤과 알데히드는 산성용액에서 할로겐분자들과 반응하여 알파위치에 할로겐화가 일어난다.

 

3. 알파 수소원자의 산성도: 엔올산 이온의 형성

        강한 염기는 카르보닐 화합물의 산성 알파수소를 떼내어 공명안정화된 엔올산 음이온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카르복시산도 이온화하여 안정된 공명구조를 가지므로 알콜보다 더 산성이다 (10장 참조).  그렇지만 카르복시산 이온과는 달리 엔올산 음이온은 동등하지 않은 공명구조를 가진다. 산소원자에 음전하를 가진 구조가 탄소에 음전하를 가진 것보다 더 안정하다.

        카르보닐 화합물의 알파수소는 카르복시산보다 훨씬 약산성이다 (aldehyde의 경우 pKa = 17; 표 11.1 참조). 따라서 엔올산 이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염기가 필요하다. 수소화 나트륨 (NaH)와 아미드화나트륨 (NaNH2) 등과 같은 강염기를 사용하면 카르보닐 화합물을 완전히 엔올산 이온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두 개의 카르보닐기 사이에 위치한 탄소의 수소원자는 훨씬 높은 산성도를 가진다. 이러한 화합물은 1,3-diketone (일명 β-diketone)이나 1,3-keto ester (β-keto ester), β-diester로서 이들은 물보다 더 산성이다. 그 이유는 엔올산 음이온의 이웃에 인접한 두 개의 카르보닐 산소에 음전하가 분산되는 세 개의 공명구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4. 엔올산 이온의 알킬화

        엔올산 이온은 할로겐화 알킬과 반응하여 새로운 탄소-탄소 결합을 형성하여 큰 분자를 만들 수 있다. 엔올산 이온은 친핵체로 작용하여 SN2 반응에 의해 친전자성 할로겐화 알킬과 반응한다.

 

5. 카르보닐 축합반응

        카르보닐 화합물은 친전자체 또는 친핵체로서 반응할 수 있다. 카르보닐 축합반응은 두 개의 카르보닐 분자간에 친핵성 부가반응과 알파 치환반응이 조합되어 일어나는 것이다. 한 분자는 전자주개로 작용하여 알파치환반응이 일어나고, 다른 분자는 전자받개로 작용하여 친핵성 첨가반응을 일을킨다. 이 반응은 카르보닐 분자구조에 따라 수많은 변이가 발생하지만 일반 기작은 공통이다. (233 페이지 그림 11.4)

 

알데히드와 케톤의 축합반응: 알돌반응

        알데히드를 알콜 용매에서 수산화나트륨이나 에톡시화 나트륨 등의 염기성 촉매로 처리하면 급격한 가역적 축합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생성물은 흔히 알돌 (aldol: aldehyde+alcohol)이라고 부르는 β-hydroxy 알데히드이다. 이러한 알돌반응은 α-수소원자를 가진 모든 케톤과 알데히드의 일반적 반응이다. 그 반응기작을 살펴보면, 먼저 알파수소를 가진 카르보닐 화합물은 염기에 의해 엔올산 음이온으로 전환된다. 이것은 친핵성주개로 작용하여 친전자성 카르보닐기에 첨가된다. 사면체형의 알콕시화 이온 중간체는 양성자가 첨가되면서 축합물을 만든다.

        알돌축합에서 생성된 β-hydroxy ketone과 β-hydroxy aldehyde는 쉽게 탈수되어 콘쥬게이션 엔온 (enone: ene+one)을 생성한다.

 

에스테르의 축합반응: Claisen 축합반응

        에스테르는 알데히드나 케톤과 같이 약산성이다. α-수소가 있는 에스테르를 메톡시화 나트륨 등의 염기 한 당량으로 처리하면 β-keto 에스테르가 생성되는 가역적인 축합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에스테르 두 분자간의 반응을 Claisen 축합반응이라 한다.

        이 반응기작은 알돌반응과 유사하다. 메톡시화 이온 염기는 에스테르 분자의 α-수소를 떼내어 에스테르 엔올산 이온을 만든다. 에스테르 엔올산 이온은 주개로 작용하여 다른 에스테르 분자의 카르보닐기에 첨가된다 (그림 11.5). 주개 분자에서 보면 이 반응은 단순한 α-치환반응이고, 받개에서 보면 친핵성 아실 치환반응이다. 알돌축합과의 차이점은 알돌반응에서는 사면체형 중간체가 양성자를 받아들여 안정한 알콜을 생성하는 반면, Claisen 반응에서는 사면체형 중간체가 알콕시화 이온을 이탈기로 축출하여 아실 치환물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알돌축합반응과 Claisen 축합반응은 생화학에서 중요한 반응이다. oxaloacetate와 acetyl-CoA가 반응하여 합성되는 citrate는 알돌축합반응에 해당되고, acetyl-CoA 두 분자가 반응하여 생성되는 acetoacetyl-CoA는 Claisen 축합반응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