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대사의 통합
대사과정은 분해와 생합성, 그리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목적에서 진행된다. 생명체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사과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이들 대사과정은 각기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며, 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조절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대사체계의 분석
호기성 유기영양 세포들의 대사는 분해대사, 생합성 대사, 그리고 고분자 합성과 성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분해대사: 해당과정, 시트르산 회로, 전자전달과 산화적 인산화과정, 펜토오즈 인산경로가 분해대사의 주요경로이다. 음식물은 분해되어 이산화탄소와 물이 되고 이때 발생하는 전자들 대부분은 전자전달경로를 통해 산소에 전달되어 ATP를 생성한다. 또한 일부 전자는 펜토오즈 인산경로에서 NADPH를 합성하는데 이용된다. 이러한 대사경로들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중간체들은 생합성 대사의 기질로도 사용된다.
(2) 생합성대사: 기질로서의 전구체, 환원력을 제공하는 NADPH, 그리고 에너지 공급을 위한 ATP가 필요하다. 생합성 기질로서 사용되는 전구체는 사실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C-3에서 C-6까지의 당인산화합물과 3가지 종류의 α-keto산 (pyruvate, oxaloacetate, α-ketoglutarate), Co-A 화합물 (acetyl-CoA, succinyl-CoA), 그리고 phosphoenolpyruvate들이 대부분의 생합성에 기질로서 이용된다.
(3) 고분자 합성과 성장: 생합성대사에서 생성된 유기분자들은 단백질, 핵산, 세포막, 지방과 같은 고분자 물질의 합성에 사용된다. 이때도 에너지원으로 ATP, GTP, CTP, UTP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차별화되어 GTP는 주로 단백질 합성, CTP는 인산지방질 합성, UTP는 다당류 합성에 사용된다. 그렇지만 이들을 합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인산화물질은 ATP이다. 고분자들은 생물학적 기능과 정보를 가지는 분자들로서 성장이란 이들이 축적되는 것이며, 세포분열을 통해 분배된다.
분해과정의 대사중간체들은 생합성에서 소비되지만, ATP와 NADPH는 계속적으로 보충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된다. 따라서 생체내에서 일정 수준의 pool로 존재하여 ADP, NADP+와의 상대적인 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영양생물은 광화학적 체계와 이산화탄소의 고정이라는 별도의 신진대사체계를 가진다. 자가광영양생물에서도 광합성을 통해 얻어진 탄수화물은 분해대사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것은 에너지 생성이 주목적이 아니라 생합성에 필요한 대사중간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2. 신진대사의 화학양론과 ATP와의 연결성
모든 대사과정은 ATP의 관여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수 (ATP 계수)도 중요하다 (그 수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다).
모든 대사과정은 ATP의 소모와 생성을 수반하며, 그들의 생리적 역할과 다른 과정과의 관계는 ATP의 소모와 생성과 연관되어 있다. 즉, 일련의 대사과정의 총 열역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ATP의 화학양론이다.
분해과정은 에너지를 방출하며 ATP가 합성되고, ATP의 분해는 생합성 반응들을 열역학적으로 가능케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대사과정들은 ATP가 관여함으로써 열역학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런데 ATP가 관련된 화학양론은 다른 화합물들의 화학양론과는 차이가 있다. 글루코오즈의 산화와 짝지워진 ATP의 생성에 대한 화학양론은 화학적 고찰로부터 예견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38분자라는 ATP의 생성은 생물학적 적응의 결과로서 생물체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생물학적 표현의 특성에 해당된다. (38분자라는 숫자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화학양론에 해당한다)
세포호흡에서 38 ATP/glucose의 중요성:
이론적으로 글루코오즈 한 분자가 완전히 산화될 때 나오는 자유에너지 변화값은 -2870 kJ/mol이다. 이것은 58분자의 ATP 생성에 해당하는 값 (ATP 가수분해의 자유에너지 변화값은 -50 kJ/mol이므로)인데 반하여 실제로 생성되는 ATP는 최대 38분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ATP 화학양론은 짝지워진 반응의 Keq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8분자의 ATP가 생성될 때 전체 자유에너지 변화값은 -967 kJ/mol (-2867 + 50x38)이다. 이것은 10170의 평형상수값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유에너지변화값이 0이라면 (즉, 거의 50분자의 ATP가 생성된다고 가정하면), Keq는 1로서 글루코오즈는 완전히 산화되기 전에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즉, ATP는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없다. 반면 38분자의 ATP 생성 시에 해당되는 Keq=10170은 글루코오즈 산화반응의 완결을 의미한다.
큰 Keq 값은 이 반응이 글루코오즈의 농도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리적인 농도에서 반응은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다. 만약 글루코오즈 한 분자당 생성되는 ATP의 수가 증가한다면 전체 반응의 Keq값은 감소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글루코오즈의 최소량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대사과정의 조절도 가능해진다. 그 이유는 평형에서 벗어난 상태에서만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형상태에서의 조절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그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ATP 당량: 전환된 기질의 몰수에 대해 생성되거나 소모된 ATP의 몰수로서 coupling coefficient로 정의되며, 다른 표현으로는 metabolic price에 해당한다.
AMP는 -2ATP, NADH는 3ATP, FADH2는 2ATP에 해당. NADPH의 경우는 ATP의 합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다. 그렇지만 NADPH의 대사값은 NADH의 것보다 크다. 왜냐하면 세포내 조건에서 NADP+/NADPH의 짝지움은 NAD+/NADH 짝지움보다 더좋은 전자주개시스템이고 (세포내에서 NADP+<NADPH, 반면 NAD+>NADH), NADP+가 환원되기 위해서는 1ATP를 사용하면서 NADH로부터 환원당량을 받아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NADPH는 4ATP의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ATP 당량의 크기와 성질
ATP는 에너지 짝지움물질로서 그 생물학적 목적은 열역학적으로 비선호되는 반응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ATP의 역할은 한 반응에서 생성물과 반응물의 평형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ATP의 가수분해는 큰 자유에너지변화값을 가지므로 평형상태에서 ADP와 Pi의 농도는 ATP보다 매우 높을 것이다. (자유에너지변화값이 -30.5 kJ/mol이므로 Keq=2.2x105에 해당) 그러나 평형상태란 세포의 사멸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살아있는 세포는 영양분을 통해 ATP를 발생시켜 세포내 인산화전위 ([ATP]/([ADP]+[Pi]))가 높게 유지되도록 한다.
ATP와 세포의 용매능
ATP 가수분해가 대사과정을 열역학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세포의 용매능에서도 중요하다. 용매능이란 세포내 존재하는 대사물들이 적절히 용해된 상태에 있도록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세포내에는 많은 종류의 대사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각각의 농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또한 많은 대사물들이 반응성을 가지고 있어 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원치않는 반응은 농도에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세포는 각 대사물들이 낮으면서도 효율적인 농도를 유지하도록 하여야만 한다.
ATP는 대사물을 낮은 농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예를 글루코오즈의 인산화를 가지고 설명해보겠다. 글루코오즈는 물론 ATP에 의해 인산화되나 무기인산에 의해 인산화되는 경우와 비교해볼 수 있다. (교과서 참조)
기질회로에 대한 분석
한 방향의 대사과정에 대한 ATP 짝지움계수가 그 역방향의 대사과정에 대한 계수와 다르다면 두 반응은 기질회로를 이루는 것이다. 두 반응의 합은 단순히 ATP가 가수분해되는 반응인 것이다.
잘 알려진 예가 PFK에 의해 촉매되는 F6P가 F1,6BP로 전환되는 반응과 FBPase에 의해 촉매되는 그 역반응이다. 서로 반대되는 두 반응의 ATP 계수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반응은 열역학적으로 선호된다. 그렇지만 두 개의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다른자리 입체성조절인자들의 농도변화에 의해 두 효소가 상반되게 조절되기 때문이다.
일방향성
모든 대사과정은 일방향성이다. 즉, 합성과 분해와 같은 상반된 두가지 목적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각의 방향으로의 반응이 동시에 열역학적으로 선호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다시피 적절한 ATP 계수가 주어지면 기본적으로 어떤 대사과정도 열역학적으로 선호된다. 이것이 ATP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ATP의 역할을 화학양론적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다. ATP 계수는 그 대사과정이 선호되도록 진화되어 왔다. 서로 반대되는 대사과정은 각기 다른 ATP 계수를 가짐으로써 열역학적으로 선호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ATP는 일방향성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세포내 에너지 화폐로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ATP는 세포내의 에너지 지표로서 사용된다. ATP의 농도는 대사과정의 반응속도론적 조절에서 다른자리입체성 효과인자로 작용한다.
ATP의 농도조절
ATP의 대사적 생명은 매우 짧다. 세포가 1분간 사용하는 ATP 양은 세포가 정류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ATP와 거의 동등하다. 때문에 ATP는 매우 빨리 대사된다. 알다시피 ATP는 ADP 또는 AMP로 분해되고, 이들로부터 다시 합성되는 대사과정을 통해 재순환된다. 따라서 이들의 농도비는 세포내의 에너지 상태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다. 이러한 지표로는 에너지 전하와 인산화 전위가 사용된다.
에너지 전하 (Energy Charge): ATP의 상대적인 농도를 표시하는 것으로 1에서 0까지의 값을 가진다. 그런데 정상적인 세포는 에너지전하가 거의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약 0.85-0.88). 에너지 상태를 더욱 민감하게 나타내는 지표로서 인산화 전위를 자주 사용한다.
인산화전위 (Phosphorylation Potential): ADP와 Pi의 농도에 대한 ATP의 농도비로서 인산화반응을 수행할 수 있는 세포의 능력을 나타낸다. 이 값은 에너지 전하와는 대조적으로 생리적인 조건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200-800 M-1).